Current exhibition

김연경 개인전

Rock crystal, sterling silver, pearl beads, 백수정, 정은, 진주 비즈, 32.3×63.5×20.2mm

Topaz (16.5ct), sterling silver, 토파즈, 정은, 24×36×32mm

김연경 개인전
[ Uncharted Waters ]
김연경 보석장신구전
Yeonkyung Kim gemstone jewelry
전시날짜: 2026.10.14 (수) - 2026.10.24 (토) *월요일 휴관
관람시간: 11am - 7pm
전시장소: 갤러리 아원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5가길 3, 아원공방 2층)
전시문의: 02-735-3482
전시내용:
1492년, 콜럼버스는 신대륙을 발견했다. 중세 지도에 표시된 ‘테라 잉코그니타’(terra incognita, 미지의 땅). 당시 중세인들이 두려워하던 영역, 바로 그 인식의 경계 너머로 나아간 것이다. 오늘날 이 용어는, 전통 보석에 대한 관습적 인식의 경계를 넘고자하는 현대 보석 작가들이 마주하게 될 보석 조형 영역을 지칭할 때 쓰이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보석은 희소성·장식성 등 물질적 가치 평가의 체계 안에서 정형화된 커팅의 완벽한 기술적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대상이었다. 그러나 그 견고한 질서 밖에는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조형 가능성이 존재한다. 오늘날까지 보석 산업에 범람하는 표준화된 구조와 대량생산의 논리에 맞선 작가의 예술 매체로서의 보석 연구는, 망망대해에서 좌초와 표류를 겪으면서도 ‘언차티드 워터스’(Uncharted Waters, 해도海圖에 없는 바다)를 항해하는 것과 같다.
작가는 조형·기술적으로 전통적 관행에 따라 이루어진 보석 커팅의 문법과 공식을 해체한다.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각도로 실험한다. 보석 물성 자체의 순항과 난항을 오가는 것 역시 새로운 지도를 그리려는 작가의 몫이다. 이때 도구와 기술은 조형 언어와 사유체계를 확장시킨다. 전통과 현대 그리고 디지털 기술이 교차하는 이 지점에서 아직 알려지지 않은 조형의 항로를 발견해 내려는 것이다.
예술 매체로서 보석을 어떠한 개념과 방식으로 풀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획일화된 보석 조형에 대한 근원적 질문으로 이어졌다. 오랜 지질학적 시간을 응축한 원석은 영원성의 상징이다. 그 원석은 동시에 물과 열 그리고 압력이 빚어낸 생성의 흔적이다. 이 지점에서 물은 보석 탄생에 관여하는 근원적 매개이다. 이 단단한 물질 위에 물방울을 조각하는 행위는 서로 다른 두 시공간을 하나의 형상 안에서 마주하게 만든다. 이 물방울은 완결된 형태가 아니라, 아직 도래하지 않은 조형과 새로운 항로의 시발점이다.
이렇게 작가는 물방울을 매개로 보석의 물성과 빛 그리고 물의 유동성과 소리의 진동이 관계 맺는 과정을 탐색한다. 이때 보석은 고정된 아름다움이 아닌, 물질과 시간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조형 언어로 변화한다.
이렇듯 작가에게 보석 커팅은 더 이상 수백 년간 규범화된 형상을 재현하는 기술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기존의 조형적 경계와 질서를 벗어나, 아직 규정되지 않은 형식을 탐색하는 예술적 실험에 가깝다. 이를 통해 보석은 규격화된 미적 가치와 다른, 새로운 사유와 감각을 담아내는 예술 매체로 확장된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여정 속에서 작가가 마주한 조형적 가능성의 항적을 보여준다. 익숙한 보석의 형식이 흔들리는 순간, 물질과 기술 사이에서 아직 명명되지 않은 신대륙이 출현한다. 이는 보석이라는 미지의 영역을 항해하는 작가적 실천의 과정이기도 하다.
심상 속에 표류하는 형상을 구현하고자 하는 작가적 의지는 창작의 동력이다. 그리고 작가는 불확실함을 가득 안고 출항한다. 미래의 보석 커팅은 새로운 조형만으로 정의할 수 없는 세계. 즉 물성의 한계에 순응하든 저항하든, 이 인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창조적 사고의 전환과 사유의 체계를 요구할 것이다. 그러기에 이후 조형 형식에서는 생성적 변주와 확장을 위한 새로운 규범과 개념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망망대해에는 이정표가 없다. 다만, 이러한 작가의 항해는 누군가에게 분명 또 하나의 해도가 될 것이다. 작가에겐 보석이 존재론적 매개이자 선언적 매체이기 때문이다.
2026.10. 김연경